재산 행정·지재권
2025-04-16
약 20년간 지방법원을 시작으로, 고등법원과 행정법원 등의 법관으로 역임하며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특히 행정법원 판사로 근무했던 시간은 제게 특별한 의미로 남아 있습니다. 국가와 개인 사이 힘의 불균형을 조정하고, 공익과 사익을 동시에 지켜내야 하는 점이 특별했죠.
간혹 한 사람의 권리와 수많은 이익이 충돌할 때 그 무게를 저울질하는 것이 법관으로서 제 역할이었습니다.
단순히 행정처분이 적법하다고 해서 반드시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도 그 시절, 여실히 느꼈었죠.
그렇기에 행정법원에서는 늘 사건의 표면 너머를 보려 합니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행정행위 속에서도 숨겨진 불합리를 찾아내야 하고, 때로는 과감한 결단으로 이를 바로잡아야 하죠.
최근 백송이 맡은 행정법원 변호사 사건에서, 그 시절의 저에게 물었습니다.
"판사라면, 이 사건의 본질을 어떻게 볼 것인가."
📌 읽기 전, 알아둘 행정 상식
· 행정법원: 행정기관의 처분, 결정에 대한 개인과 국가 간 법적 분쟁을 다룬다.
· 가처분: 본안 소송 전, 긴급한 권리 보호를 위해 법원이 내리는 임시 처분
· 신뢰보호 원칙: 행정기관의 조치 혹은 약속으로 인해 개인이 합리적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면, 이를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
✅ 사업중지 가처분 쟁점; 긴급성
이 사건은 정부 모 부처의 공모 사업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공모 사업에 선정된 지방자치단체는 사업 진행 중, 사업중지 가처분을 받았습니다.
공모서 작성 단계에서 자문을 제공했던 한 기업이 "우리의 아이디어와 특허 기술이 무단 사용되었다."라며 중지할 것을 신청한 것이죠.
피신청인 지방자치단체는, 이 사건을 백송에 맡기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접했을 때, 중요하게 검토한 것은 "긴급성"이었습니다.
사업중지 가처분은 긴급한 보전의 필요성이 있어야 하는데, 신청인의 주장이 과연 그런 수준인지 의문이 들었죠.
더구나 정부 공모사업의 특성상, 기술 공유와 협조는 예상되는 영역이었죠.
이런 점에서 신청인의 권리 주장은 다소 과도해 보였습니다.
또한 정부의 공모사업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공익'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사익을 주장하는 것만으로 사업 중지가 정당화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일목요연 사건 요약
· 신청인: 공모서 작성 자문 기업
· 피신청인: 공모 사업에 선정된 지방자치단체
▷ 공모사업 사업중지 가처분 신청
▶ 쟁점 : 신청인의 아이디어/특허권 침해 여부와 긴급성
✅ 행정법원 변호사 전략; 균형
📌 행정법원의 '긴급성' 판단 기준은 이렇습니다.
· 신청인의 권리가 실재하는가?
· 침해된 권리를 금전 보상으로 해결할 수 없는가?
· 사업 중단으로 인한 공익과 사익 침해를 비교했을 때 어느 것이 더 중한가?
"가처분의 '긴급성'에 대한 주장에 앞서,
우리는 우리의 주장에 빈틈이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법관의 위치에서 보았던,
피신청인 혹은 그들의 대리인들이
흔히 하는 실수를 떠올리며 경계하기 위해서죠.
아주 단순하게 “공익이 중요하다”라거나
“사업이 시급하다"라는 원론적인 주장만
반복하는 것을 유의했습니다.
제가 그랬듯이, 이런 주장을
수십 년간 들어온 법원으로서는
무감각할 수밖에 없죠.
또한 신청인의 권리 자체를
전면 부정하려는 태도로 보일 뿐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의 권리를
정면으로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주장 자체가 허술함을
논리적으로 밝히는 데 집중했습니다.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무시한다는 인상을
피하고자 한 것이죠."
신청인은 본인의 아이디어와 특허가 무단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공모 과정에서 제시된 기술은 이미 업계에서 일반화된 것들이었고, 실제 사업에 적용된 방식은 신청인의 특허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이는 신청인 단독의 산물이 아닌, 수많은 전문가와 기관이 협력한 결과물임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현재 시행 중인 사업에서, 신청인의 특허 기술은 전혀 사용되지 못했습니다. 공모 단계의 계획과 실제 사업 내용이 상당히 달라졌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신청인과 피신청인 간 관계는 단순 자문 계약에 불과한 점을 밝히며 사업 참여나 기술 사용에 대한 약정이 없었다는 점을 결정적으로 밝혔습니다.
신청인의 실수는
공모사업이라는 특수성을 간과한 것입니다.
자신들의 권리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익적 관점'에서 접근했어야 했죠.
사업의 본질을 고려하면서, 자신들의 권리 침해가
단순히 개별 기업의 손해를 넘어
공익적으로도 심각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100번 양보하더라도 이런 권리 침해는
공익을 위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식으로요.
✅ 사업중지 가처분 사건; 결과
결국 이 사건은 피신청인의 뜻대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당시 결정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신청인의 권리 침해 가능성은 인정되나, 그 침해가 사업 중지를 정당화할 만큼 회복하기 어려운 성질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결정문은 제가 판사 시절 고민했던 그 '균형점'과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단순히 권리의 존재를 넘어, 그 권리가 공익과 어떻게 맞물리는지에 대한 고민이죠.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행정소송의 승패는 누가 재판부의 시각으로 사건의 본질을 더 깊이 들여다보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 행정법원 변호사 인터뷰
김용관 대표 변호사 인터뷰 中 (2025.01)
만약 제가 신청인 측 변호인이었다면 접근 방식은 전혀 달랐을 것입니다.
신청인의 권리를 '특허권' 침해나 '아이디어 도용'으로 단순화하는 대신, '신뢰 보호 원칙'을 전면에 내세웠을 것입니다.
공모 과정에서의 협력이 향후 사업 참여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형성했다는 논리를 펼쳐보는 것이죠. 아무래도 이는 행정법원이 중요하게 보는 가치이기 때문이죠.
또한 '공익'과 '사업의 시급성'을 역으로 활용하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해당 분야의 국책사업에서 민간의 혁신 기술을 배제한 채 진행하는 것이 과연 진정한 공익에 부합하는지, 오히려 사업의 완성도를 저해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을 제기해 보는 것이죠.
결국 행정소송의 승패는 누가 재판부의 시각에서, 사건의 본질을 더 깊이 들여다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의 패소가 내일의 승소 전략이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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