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2025-04-16
국가는 약속을 어겨도 되는가?
- 약속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모 교육청에서 "유치원을 만들겠다"라는 입장을 발표합니다. 그 말만 믿고 아파트 공사를 시작한 건설사, 이 유치원을 홍보 포인트로 써서 분양도 진행합니다.
그러나 몇 년 뒤, 교육청이 말을 바꿉니다.
“그 계획 믿고 투자한 우리는 어떡합니까? 입주는 이미 끝났고, 홍보도 다 했는데... 이건 손해 아닌가요?”
결국 건설사는 교육청을 상대로 억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하나였죠. 행정청의 '계획'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약속일까, 바꿀 수도 있는 걸까?
📌 알아두면 좋은 행정법 상식
행정재량
행정 법규의 엄격한 구속을 받는 행위와 달리, 행정청의 자유 재량에 속하는 범위 내에서 행정청의 적절한 판단에 따라 행해질 수 있는 행위
신뢰 보호의 원칙
행정기관이 행한 일정한 언동에 대해 정당성 또는 존속성을 신뢰한 개인에게 보호 가치가 있는 경우, 그 신뢰를 보호해 줘야 한다는 원칙
✅ 국가손해배상 ; 사건 개요
이 사건에서 우리는 모 교육지원청의 변호를 맡았습니다.
당시 교육청은 도시 개발에 따라 공립유치원 설립안을 세웠고, 관할 시 교육청과의 협의를 거쳐 추진 중이었습니다.
이 계획을 믿은 한 건설사는 아파트 분양을 시작했습니다. 입주민 모집 당시, 공립 유치원을 분양 포인트로 활용했죠. 그뿐만 아니라 공립유치원 설립을 전제로, 자신들이 별도로 건립 중이던 병설 유치원 증축까지 부담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교육 수요, 인근 학군 배치, 정책 기조 변화 등을 이유로 해당 부지에 유치원을 설립하지 않기로 방향을 바꾸게 되죠.
결국 해당 건설사는 "이 모든 비용과 손해가 행정계획 변경 때문"이라며 교육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했습니다.
그들이 주장한 손해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 유치원 증축비 약 16억 원
· 입주민 혜택 미이행에 따른 분양 손실 약 33억 원
50억 원의 손해를 주장하며, 그중 일부에 대한 국가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그 주장의 핵심은 ‘신뢰이익 침해’였습니다. 쉽게 말해, 교육청의 입장을 믿고 움직였는데, 나중에 그 계획이 바뀌면서 손해를 봤다는 것입니다.
"그 계획이 없었더라면 유치원 증축도 안 했을 거고, 분양 전략도 아예 달랐을 것"이라는 입장이었죠.
하지만 행정계획의 본질은, ‘확정된 약속’이 아닌 ‘정책적 방향’이라는 점. 우리는 이 점에 집중해 사건을 풀어갔습니다.
“
건설사 측에서는 바뀐 계획 탓에
막대한 손해를 본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공공계획은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점심 메뉴를 고르듯
가벼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공직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재량권'은 자유 아닌 무게라는 것.
내가 내린 결정이
곧 '국가의 이름'으로 해석되기에
더 신중하고 균형 있는 판단을 하려 애쓰죠.
저 역시 고위 공직으로 올라갈수록
'재량권을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가'에 대한
경계를 놓지 않았습니다.
내 판단이 누군가의 기대를 무너뜨리거나
어떤 집단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이 사건 행정청의 계획 변경도
불가피한 사유에 의한 신중한 결정으로 보였죠.
”
✅ 국가손해배상 ; 백송의 조력
이 사건에서 우리가 주목한 쟁점은 단 하나였습니다.
“행정계획 변경이 손해배상 사유가 될 수 있는가?”
계획이라는 것은 행정청의 고유 권한입니다. 가벼운 행정행위가 아니라, 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포괄적 결정이죠. 그렇기 때문에 법은 이에 대해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합니다.
실제 대법원도 일관되게 “행정계획의 수립 및 변경은 행정청의 재량사항이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자체로 위법하지 않다."라고 판단해 왔죠. *대법원 1997. 9. 26. 선고 96누10096 판결 등
교육청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 수, 학군 배치, 예산, 교육부 기조 등 복합적인 요소를 반영해 유치원 설립 방향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이때 발생하는 정책 조정이 신뢰이익 침해로 곧장 연결될 수는 없죠.
또한 원고 건설사 측은 "분양 마케팅에 사용했는데 계획이 틀어졌다"라고 주장했지만, 유치원 설립이 확정되었다는 ‘약속’이나 ‘확약’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교육청은 입주자 모집공고 전부터 “설립안은 변동될 수 있다"라는 점을 공문 및 회의 자료 등을 통해 고지해왔습니다.
과거에도 교육청은 교육 수요 변화, 정책 조정 등을 반영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정책을 수정해 온 바 있었습니다. 건설사 측 역시 공식적인 확약이나 보장을 받은 사실이 없었죠.
따라서 우리는 "원고가 설계나 분양을 준비하면서 ‘유치원 확정’을 믿었다고 해도, 그건 스스로 기대한 것일 뿐 교육청이 이를 약속하거나 보장한 사실이 없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즉, 건설사가 기대한 것은 ‘확정된 권리’가 아닌 ‘정책 방향에 대한 기대 이익’일뿐이며, 이것만으로는 계획 변경에 따른 신뢰이익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대응한 것이죠.
“
행정청의 번복이 문제라며
국가손해배상 요구하는 분들이
흔히 하는 오해가 있습니다
행정계획은 '약속'이 아니라 '방향'일 뿐.
특정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선언이 아닙니다.
만약 모든 정책 변경이 손해배상 사유가 된다면
바뀐 정책 때문에 이익을 본 사람도, 손해 본 사람도
전부 같은 기준으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행정청이 한 번 계획을 세우면
절대 바꿀 수가 없다면
행정이 아니라 사실상 '계약'이라 봐야죠.
그래서 법은, 변경 사실 그 자체보다
그 변경이 재량권의 한계를 넘었는지를 따집니다.
우리는 바로 그 점을 강조했습니다.
교육청은 충분한 절차와 공익 판단에 따라
정책을 조정한 것임을 말이죠.
”
✅국가손해배상 ; 사건 결과
“피고 교육청은 정책 수요에 따라 설립 계획을 변경할 권한이 있으며, 공립유치원 설립을 확약한 사실도 없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1심 재판부는 교육청 입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이후 원고 측 항소로 열린 2심에서도 같은 취지로 기각되었고, 상고 역시 포기하며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다행히도 교육청은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기대 이익’과 ‘신뢰 이익’을 혼동하면서 벌어진 분쟁이 아닐까 합니다.
건설사는 "계획이 있었기에 믿었고, 그래서 손해를 봤다"라고 주장했지만, 교육청은 "그 계획은 어디까지나 정책 방향일 뿐, 확정된 약속은 아니었다"라는 점을 입증해 냈습니다.
법원 역시, 행정청의 계획 변경이 곧바로 책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인정했죠.
✅ 이 사건, 변호사 인터뷰
안희준 대표변호사 인터뷰 中 (2025.02)
행정청이 내린 입장은 늘 옳을 수 없습니다. 다만, 그 변화는 충분한 고민과 공익적 판단을 기반으로 해야 하죠.
이번 사건에서도 교육청의 정책 조정은 언뜻 ‘일방적으로 약속을 어긴 행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교육수요, 예산, 학군 문제 등 여러 공익적 요소가 얽혀 있었고, 변경 과정에서도 투명한 설명이 이뤄졌습니다.
행정청의 결정은 때로 누군가에게 손해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 국가 책임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국가는 전체를 위한 결정을 내리는 만큼, 모든 개인의 기대를 충족할 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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