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형사
2025-06-30
보석 제도에 관한 시선은 극과 극으로 갈리곤 합니다. 누군가는 ‘특혜’라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위기의 순간 자신을 구해줄 마지막 수단처럼 여깁니다.
이러한 엇갈린 인식만큼, 저 역시 이 제도를 대할 때마다 고민이 많았습니다.
단순한 온정으로 결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명확히 정해진 기준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절차도 아닙니다.
실제로 피고인 측이 보석을 청구하거나, 검찰이 반대할 경우, 재판부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물론 검찰 입장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과거 전과가 있거나, 혐의가 무거운 사건이라면, 피고인 석방 자체가 수사상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죠.
사회적 여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런 중대한 범죄자를 풀어줬다고?” 하는 비판은,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법정을 압박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판사 재직 시절, 저는 늘 같은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보석은 ‘돈 받고 봐주는 절차’가 아닙니다. 법이 마련해둔 제도입니다.
수사와 재판은 유죄를 밝히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피고인이 억울하게 침해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절차이기도 하니까요.
이번 사건을 맡게 됐을 때, 자연스럽게 과거 판사 시절의 고민들이 떠올랐습니다.
"이 상황에서의 구속, 정말 필요할까?"
📌 읽기 전에 알아두는 보석 제도 ● 구속 상태인 피고인에게,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 석방을 허용하는 제도 ● 쉽게 '보증 석방'으로 줄임말로 이해하면 좋다. 보증금 또는 보증인을 조건으로 하여 석방을 허용하며, 피고인이 법원에 담보를 제공하고 자유를 대여하는 일종의 약속 ※ 예외 ● 사형, 무기징역,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중범죄를 범한 때 ● 누범, 상습범인 죄를 범한 때 ● 죄증 인멸 또는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 도망 내지 도주 염려가 있는 때 ● 주거가 분명하지 않은 때 ● 피해자, 재판 관련자 등을 보복할 가능성(위해를 가할 염려)이 충분히 있을 때 |
✅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의뢰인 ; 사건 개요
제가 이 사건을 맡게 된 시점에는, 의뢰인이 이미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상태였습니다.
의뢰인은 POS(판매 정보관리 시스템) 단말기의 관리 서버를 해킹해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1심 법원은 이에 대해 실형을 선고한 겁니다.
1심 판결은 '범죄일람표'에 주목했는데, 이 표에 기재된 다수의 신용카드번호를 의뢰인이 부정 사용을 했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죠.
더불어 과거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동종 전과가 있다는 점이 구속 결정을 뒷받침했습니다.
우리는 선고 이후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았고, 이 사건은 항소심에서 충분히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문제가 된 전과 이력, 혐의 자체보다 이에 대한 입증 방식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판사 시절, 내가 이 사건을 맡았다면
어떻게 평가했을까?
사람들은 종종 판사를
'벌을 주는 사람'으로 오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판사로 재직할 때,
무조건적으로 피고인을
나쁘게 본 적은 없었습니다.
법이란 정해진 기준에 따라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지,
처벌만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구속, 실형 여부를 결정해야 할 땐,
피고인이 사회에 돌아가
다시 살아갈 의지와 가능성이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그 진정성이 납득된다면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했죠.
이 사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죄의 무게만큼 중요한 건,
그 사람이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이냐는 점이었죠.
”
✅ 백송의 조력
사건을 처음 맡고 먼저 살펴본 건 범죄일람표였습니다. 1심에서 유죄 판단의 핵심 증거로 쓰였던 자료였죠.
그런데 확인해 보니, 거기에 적힌 카드번호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발급조차 불가능한 번호였습니다.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번호들인데, 그걸 근거로 유죄가 선고된 겁니다.
당연히 이 점은 항소이유서에 분명히 짚고 넘어갔습니다.
또 하나, 지금의 의뢰인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도 재판부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과거에 동종 전과가 있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중요하게 봐줘야 할 건 지금 이 사람이 어떻게 달라졌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느냐는 점이었습니다.
당시 의뢰인인은 전 직장 동료들과 함께 특허 출원을 준비 중이었고, 일부는 실제 인용 가능성도 있는 상태였습니다. 단순히 말로만 반성하는 게 아니라,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가족과의 관계, 생활 태도, 반성의 진정성 등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양형 요소들도 함께 정리해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사람을 지금도 계속 구속해둘 필요가 정말 있을까요?”
보석 제도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절차이고, 우리는 감정에 기대는 호소가 아닌 그 정당한 권리를 제대로 된 이유와 함께 요청했을 뿐이었습니다.
✅ 그 결과,
보석 심문기일, 재판부는 우리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나서 심문이 끝나고 보석 허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실 항소심에서 보석이 받아들여지는 건 흔치 않습니다. 특히 1심에서 실형이 나온 사건이라면 더더욱 그렇고요.
하지만 법원이 이를 허가하는 건, 죄가 없다고 판단해서가 아닙니다. 그 죄를 입증하는 과정이 정당한지, 그 과정에서 굳이 구속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지를 따져보는 겁니다.
우리는 그런 기준에 맞춰, 증거 판단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의뢰인의 현재 상황과 재범 가능성, 그리고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보석을 청구했고, 재판부도 그 부분을 받아들였습니다.
결국 의뢰인은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을 이어가게 됐고, 양형이 과했다는 점을 포함해 사건 전반을 다시 한번 제대로 따져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 이 사건, 변호사 인터뷰
김선일 대표변호사 인터뷰 中 (2025.06)
보석 제도는 ‘필요적 보석’이라는 원칙 아래 운영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그 이름과 달리, 실제 허가율은 30%가 채 되지 않습니다.
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임에도, 현장에서는 그 권리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는 현실이죠.
저는 그 점이 늘 아쉽습니다. 구속은 처벌이 아니라, 수사와 재판 과정일 뿐입니다.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 주는 제도이기도 하죠.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이미 구속된 피고인들은, 그리고 실형 선고까지 받은 분들은 보석이라는 제도에 대해 ‘가능성’보다 ‘포기’부터 떠올립니다.
이번 사건의 의뢰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구속됐다는 이유로 이미 끝난 삶처럼 느끼고 있었고, 그 상태에서 재판을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순간에 변호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도를 설명해 주고, 어떻게 하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주는 사람 말이죠.
의뢰인이 원하는 대로만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그건 변호사가 아니라 로봇이 아닐까요?
진짜 변호사는 의뢰인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권리까지 먼저 짚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권리를 실현하는 도구가 바로 이런 보석 제도라면, 그걸 정당하게 활용해 주는 것도 결국 변호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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